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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2012

중아갤러리 기획전

우현아, 천진난만한 감성의 이미지化,

 

배원정 (한양대학교박물관 수석큐레이터)

2009년 그의 작품엔 자화상처럼 항상 작가 자신이 등장했다. 그때까지 만해도 키치적인 컬러감에 심플한 일러스트레이션에 집중하는 듯했다. 작가 자신이 앞으로 무슨 작업을 해야 할지 고민하고 노선을 정하는 시기였다면 2012년의 작품들엔 작가 자신이 등장하기 보단 작가가 좋아하는 그 무엇이 항상 작품의 주제로 등장한다. 제프쿤스의 작품에서 발랄함을 본다면 우현아의 그것은 좀 더 따뜻하다. 그가 작품에서 보여주고자 하는 메시지 또는 주제 역시 그렇다. 작가 본인이 작품 속에서 만들어 내는 디자인이 작가 우현아를 규정하고 그대로 표출하고 있다. 라이프스타일에 관련된 예술과 디자인, 실용적인 콘텐츠에 포커스를 둔 전시가 요즘 트렌드다. 이런 트렌드에 발맞추면서도 우현아만의 작품 트렌드는 시종일관 천진난만하다.

작가가 즐겨 사용하는 본인의 만화이미지나 실제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만화캐릭터들은 심플하고 소박하다. 반복해서 등장하는 자화상은 작가 자신을 대신해 본인의 꿈과 세상에 대해 말하고자 하는 것 모두를 아우르는 핵심적인 매개다.

이러한 그의 작업은 이제 2차원의 평면에서 3차원의 입체로, 일상적인 주변의 사물을 통해 작가가 본질적으로 보여주고자 하는 세상을 반영한다. “내가 쓰는 물건이 나를 규정한다”는 말처럼 그가 만든 물건은 ‘우현아 자체’를 보여준다. “나의 작업열망은 횃불처럼 강렬하지는 않았지만 꺼지지 않는 조용한 불씨처럼 잔잔하게 유지되어 왔다. 미야모토 무사시가 순수하게 자신이 휘두르는 검에 심취하여 계곡물에 알몸을 맡겼듯이 나도 비슷한 느낌으로 색과 선을 내 마음에 맡기곤 했다.”는 작가의 고백에서처럼 작가 자신이 무념무상의 상태에서 최대한 복잡한 감정을 배제하고 단순화시켜 작품에 자기 자신을 등장시킨다. 그러한 작품 속에 등장하는 것은 항상 사람이 주된 소재다.

“아이 때부터 박스는 내게 있어서 특별한 공간이었다. 허공에 공간감을 떠올리면 수없이 많은 아이디어가 떠올랐다. 내가 만든 공간 즉 의자에 앉는다는 것은 내 작업 속에 누군가 들어올 수 있다는 실제적인 결합을 뜻하는 것이었고 마음을 통한 그런 육체적인 모든 느낌은 소통을 위함이었다. 그것은 내 모든 작업의 가장 기본이 되는 의미였다.”고 말하는 작가의 말에서 일관되게 기존의 사물과 작가 자신의 실제 이미지를 차용하면서 이를 해체하고 단순화시키는 ‘놀이’를 감행한다. 그는 관습적이고 형식화된 건조한 개념 등은 ‘무라도(2010)’ 베어버리겠단 마음으로 베어버리고 끊임없이 작가의 삶을 형성하는 현재의 사물, 이미지를 통해 잃어버린 감수성과 상상력에 대해 우현아 다운 삶의 미학으로 기술하고 있다. 이러한 궤적은 그가 그의 삶에 진지하고 순수하기 때문에 보이는 자취이자 흔적이다.

2016

신한갤러리 광화문

Love one, Love all 사람이랑 사랑해,

장서윤 (신한갤러리 광화문 큐레이터)

어린 소년이 엄마에게 '전부at all'’ 사랑한다고 말했다. 엄마는 '전부'가 아니라 '아주 많이' 라고 고쳐주었다. 그러자 아이는 말했다. "아니야. ‘전부’야. 나는 장난감 말과 장난감 자동차를 '아주 많이' 사랑하지만 엄마는 '전부' 사랑해. 그제야 엄마는 아이가 자신의 ‘전부all’’ 를 사랑한다는 말임을 알았다. 아이는 엄마의 모든 것을 사랑한다. 이것이 사랑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사랑에 대한 모든 것, 67p, 레오 보만스, 흐름출판) 작가 우현아가 말하는 사랑도 이와 같다. 그는 “사람에게 허락된 가장 특별한 경험(사랑)을 위해서는 대상의 ‘전부all’’를 사랑하는 마음이 필요하다. 작품이 망가지거나 다칠 걱정이 없이 마음껏 만져보고, 앉아서 쉬다 가면 좋겠다”고 말한다. 사랑이 언제나 아름다운 형태로 나타나는 것은 아니겠지만 우현아의 작품에 표현된 사랑은 언제나 따뜻한 웃음과 위로를 주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 있다.

신한갤러리 광화문은 우현아 작가와 함께하는 재능기부 프로젝트 [사람이랑 사랑해] 전시로 2016년을 시작한다. 작가는 자신을 대변하는 캐릭터를 통해 더 많은 사람들이 일상 속 사랑을 찾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2012년 자신의 고유 캐릭터 ‘람이(사람이)’로 저작권을 취득했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작가의 두 번째 캐릭터 ‘랑이(사랑이)’가 새롭게 등장한다. 전시 제목에서 쉽게 알 수 있듯이 그의 작품들은 사람이와 사랑이가 ‘전부all’’를 사랑하는 모습들로 가득하다. 평면회화에 테이블, 의자 등이 연결된 작품들은 관람객이 잠시 ‘작품 안에’ 커피잔과 가방을 내려놓고 작품의 일부가 되어보도록 유도한다. 사람이와 사랑이가 서로를 아끼고 보듬는 모습, 반려동물과 보내는 즐거운 한 때, 시들어가는 식물을 살리고자 노력하는 모습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작가의 삶을 대하는 순수한 마음에 감동받고, 더 사랑하며 살고자 하는 소망이 마음 한 켠에 자리하게 된다.

우리가 살아가는 동안 보고, 배우고 경험하는 사랑의 종류는 셀 수 없이 많다. 서로 사랑하는 남녀는 결혼을 통해 남은 생을 함께하기로 약속한다. 부모는 자녀를 사랑하기 때문에 모든 것을 희생하면서도 행복을 얻는다. 어려울 때 사랑하는 친구의 따뜻한 위로는 용기를 주고, 어린 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반려동물은 함께한 시간들이 모두 사랑이었음을 가르쳐준다. 정성껏 보살핀 화단에서 피어난 꽃 한 송이가 그날 하루를 사랑으로 가득 채워주기도 하고, 추억이 담긴 물려받은 물건에서는 이전 주인의 나를 향한 사랑을 느낄 수 있다. “사랑은 무엇보다도 자신을 위한 선물이다” 라는 프랑스 극작가 장 아누이의 말처럼,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이 크고 작은 사랑으로 가득 채워져 있음을 다시 한 번 깨닫고 ‘전부all’ 를 사랑하기로 마음먹는 계기를 만들고자 한다면 우현아의 전시가 최적의 터닝 포인트가 되어 줄 것이다.

이상효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자신을 찾아 나선다. 어린아이의 눈으로 이 세상을 단순화시키며 현실과 환상의 경계를 떠돈다.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의 다양한 표정들과 소소한 일상 사물들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이제까지 느껴보지 못한 새로운 기쁨을 맛보게 한다. 특히, 일반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고자 하는 작가의 다양한 조형적 시도는 이 세상을 새롭게, 아니 끊임없이 변화하는 이 세상에서 우리가 잊고 사는 것들을 다시금 일깨워준다.

이렇게 미세하게 반응하며 교감하게 하는 새로운 시각적 경험은 우리를 순수하고 자유로운 세계로 인도한다. 작가는 우리 주변의 풋풋하고 발랄한 이야기들을 자신만의 독특하면서도 자유로운 조형어법으로 표현하며 이 세상과 소통하고자 하는 것이다.

그의 작품을 통해 지루하게 반복되는 일상에서 벗어나 즐거웠던 그 시절로 돌아갈 수 있는 마음의 여유를 가져보자. 누구나 각자의 시선으로 자신의 추억을 되새기며 어릴 적 꿈과 희망을 조금이나마 기억해낸다면 이 세상을 새롭게 바라볼 수 있을 것이다.

거기에는 순수한 사랑이 있다. 가족, 친구, 연인들의 사랑과 같이 다양한 색깔을 지닌 따뜻하고 아름다운 사랑이 있다. 사랑으로 가득한 이러한 상상력은 우리를 순수한 환상의 세계로 이끌어가 그 경계에 서게 한다. 그 경계에서 우리는 이 세상을 바라보며 즐겁고 풍요로운 삶을 누릴 수 있으리라...

 박 철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자유롭고 다양한 형상의 표현, 이는 우현아만이 할 수 있는 재능이다.

박영하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원 교수)

우현아 작가는 그의 재치와 상상력으로 보는이에게

마음속에 또 하나의 작은 세상을 갖게 한다. 어른은 아이가 되고 아이는 어른이 되어본다.

장인희 작가

어린아이의 순수한 눈망울이 문득 두려운 것은 그들의 무한한 가능성 때문이다. 우현아는 그런 순수함과 가능성을 보여준 작가이다.

수줍은 미소속에서 반짝이던 눈망울은 작가 우현아의 첫 인상이었다. 작가와 닮아있는 작품들은 늘 즐거운 설레임을 보여준다.

​​

화려한 색채와 절제된 이미지로 이루어진 우현아의 작품은 해맑은 순수함과 왠지모를 쓸쓸함을 동시에 보여준다.

2020

이랜드문화재단

이랜드문화재단 10기 선정작가 전

람이와 함께 떠나는 감성 여행

우리는 매일 경험하지 못한 현재를 살아내고 있다. 그 매일에는 우리가 헤쳐나가야 할 많은 숙제와 일상이 있다. 그리고 그렇게 살아낸 현재는 지나간 과거가 되어 쌓여 간다. 오늘도 회피하던 감내하던, 어떻게 살아 내는지가 나의 모습이 되어 가고 있다.

작가는 과거가 된 추억과 현실을 화려한 색채와 절제된 이미지로 해체하고 단순화하여 그 안에 객관화된 현재의 람이를 배치함으로 우리를 과거와 현재의 경계, 회상과 상상의 경계, 현실과 미래의 경계에 서게 한다. 그 경계는 주관적인 고정관념에서 벗어난 객관적인 자아로 하여금 내재하는 감수성과 상상력을 끄집어내 현재를 긍정하고 우리에게 오늘을 어떻게 살아내야 하는 지 질문하고 있다.

오늘도 작가가 그려내는 람이는 우리가 맞이한 여러 현실처럼 많은 경계에 서 있다. 그곳에서 람이는 오늘 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우리와 함께 하고 있다. 이 전시를 통해 람이가 이끄는 경계에서 감수성과 상상력으로 자신 만의 서시를 써 내려가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2020

NC신구로점 기획전

행복을 찾아서

모두가 바쁘고 복잡다단한 일상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에게 행복을 찾아주는 우현아작가를 소개합니다.

우리는 어린 시절 빛나는 햇살아래 세 잎 클로버가 가득한 풀밭에서 꼭꼭 숨겨진 네 잎 클로버를 찾으려고 눈이 시리게 갈망했던 추억이 있다. 세 잎 클로버의 꽃말은 행복이고, 네 잎은 행운인데 행복에 빠져서 행운을 좇다가 나의 발에 짓밟혀 내려앉은 세 잎 클로버를 두고 온 추억을 소환해 본다. 우현아 작가는 람이와 랑이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놓치고 잊었던 행복을 찾아 떠나는 여행에 당신을 초대하고 있다. 햇살같이 빛나는 시간 속 매일 마주하는 관계적 일상의 공간들 속에서 비록, 행운이 스쳐지나 가더라도 진정한 행복을 목적지로 찾아가는 람이와 랑이는 행복 네비게이션이다. 오늘도 우리는 행복을 목적지로 출발하여 지금 여기에 와 있다. 그리고, 람이와 랑이를 만났다면 그 목적지에 안전하게 도착할 것이다.

 

아트로 갤러리 

2021

NC 강서점 기획전

나무들의 나이테는 추운 겨울을 혹독하게 지내면서 검은 동그라미로 생의 의미를 담아낸다. 이렇게 모든 생물들은 생장통을 겪으면서 자라나고 성숙해 진다. 나무가 모여 숲을 이루고 숲이 있는 산은 우리에게 정화된 힘과 위로를 준다. ● 우현아작가의 람이와 랑이는 현대인들의 일상 속 이야기들을 통해 우리를 찾아오고 있다. ● 찬란하게 행복했던 순간부터 외롭고 춥기까지 했던 관계적 일상들 속에서 성장통을 겪는 우리들에게 람이와 랑이가 "너를 좋아해"라는 고백을 속삭이고 있다. 그 속삭임은, 우리가 서 있는 지금 여기 이 순간이 더욱 소중한 의미가 되게 해 준다. 또, 누구를 무엇을 좋아하는 에너지는 나에게 새 힘이 되어 나와 이웃과 세상을 따뜻하고 아름답게 채우는 에너지가 되리라… ● 시인 운동주의 고백처럼…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해야지 그리고, 나에게 주어진 길을 걸어가야겠다.

아트로 갤러리 

2021

NC 켄싱턴 여의도점 기획전

우리는 선물을 통해 사랑하고 사랑을 받으며 마음 속 깊은 곳까지 소통한다. 그렇게 선물은 받는 마음과 주는 마음이 모두 소중하며 합당한 선물은 평범한 일상에 행복지수를 최대치로 끌어올린다.

우현아작가에게 유년 시절 자신의 놀이 도구였던 그림은 가족과 친구, 이웃과 소통하는 도구가 되었다. 현대인이 매일 마주하는 관계적 일상을 단순화하고 시각화하여 진정한 자아를 찾아 행복의 목적지로 우리를 안내하는 여정이다. 어린시절 외로운 아이의 놀이였던 작은 선물이 이제, 세상의 모든 행복과 소통하는 주고픈 선물이 되었다. 현대인의 복잡다단한 일상에서 매일 행복을 찾아 나서는 우리는 람이와 랑이의 동행으로 삶의 열정과 희열을 더하게 될 것이다.

각기 다른 일상이지만 행복을 추구하는 동일한 소망이 있기에 모두가 함께 행복한 세상으로 갈수 있다고 작가는 믿는다. 람이와 랑이를 통해 우현아 작가가 믿음으로 준비한 행복을 나누는 시간이 되기를 기대해 본다.

아트로 갤러리 

2022 

아트로 갤러리 제주 한림

당신을 행복하게 하는것들

우리는 저마다 행복을 얻기 위해 매일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 간다. 그 시간들은 미래에 대한 불확실하고 불안하게 의심되는 순간의 연속일지도 모른다. 하지만 일상에서 얻은 소확행의 기억들이 모여 큰 행복으로 우리를 데려다 줄 때가 많다.

우현아 작가는 그 작은 소확행의 기억 속에서 나만의 시간과 공간의 정점을 좌표화하여 2차원 평면에 담아낸다. 람이와 함께 마음속 엔진을 정비하고 연료와 정부품으로 치환된 자가면역력으로 행복 로드맵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내면의 파편화된 기억들은 모든 관계 속에서 행복의 에너지로 점화되어 람이와 함께 행복을 향해 달린다.

우리에게 행복이란 개념은 복잡하며 답으로 정의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때로는 불행하다고 느꼈던 기억도 지나고 보면 행복했던 경우도 있고, 동시대의 공간에서도 사람마다 행불행은 얼마든지 교차될 수 있다. 이번 전시를 통해 내 마음의 로드맵 안에서 행복으로 가는 나만의 좌표를 찾아가는 시간이 되기 바란다. "

2022 

이랜드 갤러리 헤이리

Just keep going

자연은 모든 생명의 질서를 담고 있다. 우리는 자연의 질서 속에서 존재하는 모든 개체들의 관계와 원리를 보며 지혜와 영감을 얻을 수 있다. 개개인이 모여 우리가 되고 우리가 모여 사회를 이루기에 우리는 질서 속에서 개인으로 존재한다. ● 우현아 작가는 우리를 담고 있는 큰 사회 개념을 생명의 질서로 풀어가고 있다. 꽃과 나무, 그리고 동물들의 상관관계를 관찰하며 혼돈의 현실을 질서 가운데 해석하고자 노력한다. 질서 속에서는 각자의 역할이 있고 서로 영향을 주고 받는 원리들이 있다. 마치 기계실의 내부가 큰 빌딩 전체를 움직이는 동력이 되듯 우리가 건강한 개인으로 존재할 때 사회가 더 건강해진다. 이번 전시는 혼돈의 현실 사회를 비판하기 보다 개개인의 건강한 정체성으로 생명력 넘치는 사회를 이룰 수 있다는 희망의 메시지를 담고 있다.

2022

서성록 (안동대 미술학과 교수)

우현아, 일상에서 찾은 기쁨

세상에는 많은 그림들이 있지만 가끔씩은 톡톡 튀는 그림들을 보게 된다. 모드 루이스(Maud Lewis)나 에바 알머슨(Eva Armisen)처럼 어떤 카테고리나 양식으로 묶을 수 없는 그림들이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미술가들이 사용하는 ‘양식’이란 개념은 모든 방면에 적용되지는 않는다는 생각이 든다. 

우현아의 그림은 기존의 스타일에 구애를 받지 않는다. 어느 유파에도 속하지 않으며 굳이 분류한다면 만화 캐릭터나 애니메이션에 등장하는 이미지를 닮았다. 그의 도상들은 명랑하고 발랄한 표정이며, 상큼한 과일 향이 날 것만 같다. 기존의 관습적이고 형식화된 틀로부터 벗어나 있을 뿐만 아니라 어른이 되면서 까맣게 잊은 유년기의 감수성과 상상력을 불러일으킨다.

화면의 정황을 살펴보자. 사람들이 카페에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파티를 즐기며 아이를 목말 태우는 등 즐거운 시간을 갖는다. 하트를 들고 뛰는 아이도 있고 희망과 사랑의 화분을 키우는 아이도 목격된다. 때로는 문지방에서 애타게 주인을 기다리는 반려견, 토코투칸이라고 부르는 왕부리새가 고양이와 함께 사이좋게 지내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그의 그림은 왁자지껄한 도시의 모습부터 실내 공간, 한적한 공원까지를 망라한다. 야구경기장의 활기찬 모습도 있고 관람석에 떨어진 공을 잡느라 어수선한 장면, 그리고 이와는 무관하게 경기에 집중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눈에 띈다. <맑은 공기트럭>이란 작품에는 사람들로 인해 환경이 개선되고 주변이 정화되는 풍경이 펼쳐진다. 사람들이야말로 환경파괴의 주체란 기존의 인식과는 반대로 사람들로 인해 세상이 바뀔 수 있음을 나타내고 있다. 마치 우리의 정서생활에 긍정의 에너지를 공급하는 것같다.

우현아는 유년 시절부터 종이와 펜, 폐품박스들을 가지고 놀며 “시간이 흐르자 나의 놀이가 표출될 수 있는 기회”가 많아졌고 “외부로 방출될 수 있었다”고 한다. 그의 작품에 자주 등장하는 캐릭터 ‘람이’는 그렇게 탄생된 이미지로 그의 심상을 반영하는 동시에 ‘람이’를 통해 세상을 바라보게 되는 셈이다. 즉 ‘람이’는 작가의 초상이자 표현의 대리인 역할을 하고 있다.

우현아가 작품에서 보여주듯이 우리가 사는 세상도 그림처럼 행복할까? 그렇지 못한 것같다. 그런데도 그가 희망의 애드벌룬을 띄워올리는 것은 무슨 이유일까? 매일같이 쏟아지는 뉴스는 우리의 세상이 각종 사회문제에 시달리고 있음을 알려주는 자명종과 같다. 빈부의 격차, 정치적 갈등, 더욱 잔혹해지는 범죄, 전쟁과 테러, 난민, 기근, 지구촌을 강타한 코로나 - 19, 환경오염과 생태위기, 여러 동식물의 멸종, 기후변화로 인한 재해 등등. 샤르트르가 “타인은 지옥이다”고 말했듯이 우리는 이웃을 믿지 못하며 서로를 경계하며 살아간다. 사회가 점점 나아지고 있다는 것은 미신에 가깝다.

역설적으로 바로 이런 사실에서 그의 작품이 갖는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가 불신과 불행속에 살고 있다고 생각할수록 행복에 대한 욕구는 증대해간다. 솔제니친은 언젠가 예술은 사회와 반대편에 있어야 한다고 말한 바 있다. 즉 사회가 뜨거워지면 예술은 에어컨 역할을, 사회가 차가워지면 예술은 오히려 온풍기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였다. 이 말을 우리 사회에 적용하면 불신과 불행이 증대할수록 예술은 긍정과 희망을 이야기해야 한다는 논리로 바꾸어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몸이 고장 났을 때는 쾌유의 희망을, 건강할 때는 아프고 쇠약할 때를 대비하는 것과 비슷한 논리이다. 

그의 <꿈꾸는 도시>를 보면 인형의 집처럼 생긴 도심의 거리를 걷는 행렬을 볼 수 있다. 그들의 손에는 희망의 풍선이 들려져 있고 거리 주변에는 음료를 마시거나 담소를 나누는 장면을 볼 수 있다. 이 거리에는 어떤 불상사나 위험이 도사리지 않는다. 그림속의 행렬은 축제를 연상시키는데 그들은 이웃들과 어울려 도시의 삶을 더욱 즐겁고 행복하게 만드는 구실을 하고 있다. 앞에서 살펴본 우리 사회에 짊어진 무거운 현실과 사뭇 다른 풍경인 셈이다. 우리는 작가가 너무 낭만적이거나 순진해서 이런 사실조차 망각하고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반대이다. 힘들고 지친 사람들에게 용기와 희망을 주고, 우리 사회의 앞날에 서광이 비출 것이란 생각에서 이 같은 작품을 하게 되었다고 여긴다.

하루는 랍비가 제자들을 모아놓고 물었다. 랍비는 제자들에게 밤이 끝나고 날이 밝은 정확한 순간을 어떻게 알아낼 수 있느냐고 물었다. “양 떼 사이에서 개를 가려낼 수 있을 때입니다.” 어린 소년이 답했다. 한 제자는 이렇게 말했다. “멀리서도 무화과나무와 올리브 나무를 구별할 수 있어야 날이 밝은 겁니다.” 랍비는 고개를 저었다. “둘 다 신통치 않은 대답이다.” 그럼 정답은 뭔가요? 제자가 물었다. “한 이방인이 우리에게 다가오고 있을 때 우리가 그를 형제로 받아들여 모든 갈등이 소멸되는 그 순간이 바로 밤이 끝나고 날이 밝는 순간이다.”

우리의 세상이 밤에 휩싸여 있다면 그리고 이 밤을 빨리 지나가게 하고 싶다면 이방인을 우리의 이웃으로 받아들여 우리의 삶에 희망의 서광이 비추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려준다. 

우현아의 그림은 우리가 깊은 밤 속에 있더라도 이방인의 꿈을 꾸는 순간 희망이 한층 다가오게 됨을 알려주는 전조와 같다. 거리에서나 정원에서, 카페나 음식점, 연회장, 야구 경기장, 산책길이나 들판에서 만나는 타자에 대한 관심과 호의는 역사의 새 날, 즉 ‘날이 밝는 순간’을 암시해준다. 그것이 새벽을 있게 하는 힘이다. 

혹자는 그의 작품을 보고 솜사탕처럼 달콤하다고 생각하거나 카툰 같다고 말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보는 시각은 다를지언정 그의 작품은 기쁨이 낯선 곳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것 가운데 있음을 보여준다. 일상에서 놀라운 일을 발견하는 것, 곧 기쁨은 우리 모두가 가지고 있는 보물임을 인식시켜준다. 필자의 생각으로 그의 작품은 우리 모두가 기대하고 소망하는 세상을 얼핏 엿볼 수 있게 하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우리가 심적으로는 바라지만 현실에서는 점점 희미해져가는 그런 희망 말이다.

이랜드 문화재단

2023

​갤러리 41

《 𝙃𝘼𝙋𝙋𝙄𝙉𝙀𝙎𝙎 𝙍𝙊𝙐𝙏𝙄𝙉𝙀 》
𝐖𝐎𝐎 𝐇𝐲𝐮𝐧𝐚𝐡 𝐒𝐨𝐥𝐨 𝐄𝐱𝐡𝐢𝐛𝐢𝐭𝐢𝐨𝐧

 

우현아 작가의 작업은 지극히 한정된 공간에서 무한한 상상을 꿈꾸며 무엇인가를 만들었던 어린시절 놀이의 연장선이다. 긴 시간을 이어준 ‘람이’ 라는 캐릭터를 매개체로, 작가는 매일 마주하는 관계적 일상을 단순화하고 시각화해 진정한 자아를 찾고 행복의 목적지로 우리를 안내한다.

누군가를 위해 꽃을 준비하며, 어린시절부터 함께 성장한 반려동물과 함께하는 시간들 속에서, 함께 여행을 떠나고 밥을 먹는 일상 속에서 우리는 행복을 찾고 사랑을 느끼며 살아간다. 특별할 것 없는 평화로운 순간들 이지만, 그 속에는 각자가 가진 다양한 감정과 추억들이 녹아있다.
 
작가는 이런 ‘행복루틴’ 속 자연과 동물, 우리의 모습들을 화면에 재치있게 구성하여 보는이로 하여금 아이의 동심에서 나오는 즐거움과 내면으로부터 방출되는 순수한 에너지를 느끼게끔 한다. 이번 전시를 통해 더 사랑하며 살고자 하는 소망과 모두가 갖고 있는 어린 시절의 향수를 합하여 따뜻한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2023 

​강서점 nc 이랜드갤러리

자유로운 산책

19세기 파리, 급격하게 성장한 도시 속에서 한가로이 길을 거닐며 산책을 즐기는 이들이 있었습니다. 그들은 자유로운 산책가처럼 도시를 거닐며 변화되는 사회를 관찰했습니다. 시인 샤를 보들레르(Charles Baudelaire)는 그런 이들을 가리켜 '플라뇌르(Flaneur)'라고 했습니다. 

우현아의 그림에서도 현대사회를 바라보는 플라뇌르들이 있습니다. 바로 작가의 고유 캐릭터인 람이(사람)와 랑이(사랑) 입니다.  람이와 랑이는 우리와 더불어 일상을 함께 살아가는 존재들이기도 하지만, 변화되는 현대 사회의 면면을 기록하는 관찰자 이기도 합니다. 플라뇌르들이 현실에 개입하지 않는 주변적인 사람이었다면, 람이와 랑이라는 캐릭터는 적극적으로 삶과 소통하고 도전한다는 데 차이가 있습니다. 키치한 색감과 함께 자유로움이 느껴지는 작품들 속에는 우리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장면들이 고스란히 담겨 있습니다. 

이번 작품들을 통해 작가의 밝고 따뜻한 시선들을 느끼며,  꿈과 소망이 담긴 작품세계를 느껴 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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